[파이낸셜뉴스] 추석연휴가 내일 시작된다. 14~18일 연휴에 전국에서 3700만 명이 이동할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다. 짧은 기간에 수천만 명의 사람이 이동하면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각종 사건 사고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는데 갑자기 아프거나 다쳐서 응급실을 못 찾으면 자칫 생명마저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당황스러운 정도가 아닐 것이다.
의료대란 이후의 첫 명절 연휴인 이번 연휴를 맞아 응급의료는 비상사태나 다름이 없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탓에 전국 곳곳의 응급실이 운영에 파행을 겪고 있다. 응급의료는 주로 외상과 심혈관, 소아·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가 많다. 전공의 8000여 명이 사직한데다 전문의마저 부족해 상급병원 응급실은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상급병원과 의사가 부족한 일부 지방은 사정이 더 나쁘다.
의료계는 응급실과 의사를 찾아다니는 '응급실 뺑뺑이'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마치 남의 일인 듯 느긋한 태도로 정부만 비난하고 있다. '응급의료 체계가 별문제 없다'며 처음에 안이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도 잘 한 것이 없다. 뒤늦게 당정은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에 일대일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위급성이 높은 응급실에 투입했다.
정부는 응급치료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고, 인건비 등도 지원키로 했다. 과거 추석 연휴보다 배 가량 많은 8000여 곳의 동네 병의원이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비서관급 참모진을 응급의료 현장에 파견해 현장 애로를 파악해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비응급·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실을 찾아 진료받으면 본인 부담률을 현행 50∼60% 수준에서 90%로 올리기로 했다. 경증환자까지 응급실에 몰리면 정작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환자 진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은 정부의 의대 증원, 의료개혁의 대의명분마저 잃게 만든다. 의료개혁의 성패가 달렸다는 각오로 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가용 수단과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응급의료 체계를 안정적으로 가동해야 할 것이다. 응급환자 진료에 빈틈이 없도록 연휴 기간에 응급실 가동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의료 소외 등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일도 빼놓아선 안 된다.
위기를 촉발한 원인을 따지기 앞서 당장 눈앞에 벌어진 응급 상황이 잘 처리되도록 정부와 의료 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들의 협조와 배려도 필요하다. 의사들은 아무리 정부와 싸우고 있더라도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우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양심을 발휘하기 바란다.
여야정은 합의한 대로 의료계와 함께 4자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설득과 소통의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약속한 대로 연휴 기간 응급 의료를 직접 챙겨야 국민들이 조금이라고 안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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