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은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들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류의 탄생과 그 역사를 함께 한다. 1960년대까지도 가정에서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만들었던 시절에 소금은 필수였다. 그리하여 산간마을에서 재배한 콩 등 여러 작물들은 강가 나루터로 올라온 서해안 소금과 교환했다. 한강의 지류 섬강의 문막나루터는 서해의 소금과 어류가 강원 평창 일대의 콩, 쌀 등 작물과 교환되었던 중요한 장소였다.
로마시대 병사 봉급으로 소금을 주었는데, 이것이 어원이 되어 영어로 봉급을 지금도 샐러리(salary)로 부른다. 오스트리아의 암염 생산지인 잘츠부르크(Salzburg)는 글자 뜻 그대로 소금성이다. 최근 소금이 주제가 된 상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소금사탕, 소금비누, 소금치약, 소금빵 등이 있다. 소금 원산지로 중동의 사해 소금, 히말라야 암염 발굴 핑크 소금, 천일염 정재 소금 등이 소개되고 있다. 소금은 겨울철 도로 결빙을 녹이는데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생물은 소금에 의존하고 적응한다. 모든 동물들도 어떠하든 적은 양이나마 소금을 섭취한다. 일상에서 식품을 조금 오래 보관하는 방법으로 ‘빛과 소금’이 있다. 햇볕에 말리거나 염장을 하여 보관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발효를 시키는 방법이 있다. 모두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금 생산의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염전에서 태양열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천일염 △광물화된 소금인 암염 △과거 빙하기에 형성된 내륙 호수가 건조해지면서 생긴 염호 소금 △라오스의 경우처럼 과거 바다가 육지화되면서 지질적으로 지하수화된 지하수염 △지하염수가 솟아 생긴 염정(鹽井)염 △인공적으로 해수를 끓여서 만든 자오염(煮鰲鹽) 혹은 전오염(煎鰲鹽)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만든 인공염 △이미 대규모로 사용된 소금물을 다시 정제해 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는 재생소금이 있다. 최근 소개된 용융소금은 천일염을 830도로 가열해 만든 정제된 재생 소금이다. 건조 지역의 암염에서는 석회동굴과 유사한 형태의 암염동굴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소돔 산맥이 대표적이다. 염호로는 미국 유타주의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가 좋은 사례다. 염호수에서 식탁 소금은 물론, 리튬, 마그네슘, 칼륨 등 희소 금속도 얻는다. 남미 우유니 소금호수는 이러한 자원과 함께 광활한 평탄 염호의 아름다움으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했다.

한국의 천일염은 고급 소금으로 서해안 많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현재는 이러한 염전들이 농경지, 공업단지 등으로 생산성이 높은 토지 이용으로 전환되었다. 인천 소래, 시흥 군자 등 경기만 염전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거의 사라졌다. 현재 소금 생산이 되는 가장 잘 알려진 염전으로는 전라남북도 서해안인 신안염전, 곰소염전 등이 있다. 신안군 증도의 태평염전은 관광자원으로 되어 있다. 영광군의 염전은 한국의 염전 소금 10%정도를 생산하면서 영광9경으로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 한국 서해안의 염전은 세계 5대 간석지에 들어가는 넓은 간석지로 갯벌 식생인 함초와 많은 유기물 함량 등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최근 신안에서는 첨단 소재에 들어가는 리튬이 발견돼 화제가 되었다. 2014년 한때 장애인을 몰래 데려가서 거의 노예 상태로 부렸다는 노예염전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염은 전오염이라고도 하며 소금물을 끓여서 염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빠른 시간에 염도를 높이는 것으로, 넓은 염전을 만들기 힘든 곳이거나, 날씨 관계로 천일염 하기가 힘든 시기 등에서 자염이 이루어진다. 작은 공간으로 염분(鹽盆, 소금 굽는 장치), 염소(鹽所, 바닷물을 뽑아 올리는 소금밭), 염정(鹽井, 소금 우물, 지하에서 자연적으로 솟아나거나 인공적으로 만듦), 염창(鹽倉, 소금창고) 등이 발달했으며, 자염일을 하는 사람을 염한(鹽干)이라고 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당시 염분이 가장 많았던 곳은 전라도 영광군으로 113개의 염분이 있었고, 조기잡이 중심지인 파시두(波市頭, 법성포 부근)에 많이 위치했고, ‘염창은 읍안에 있고, 염한은 1129명’이라 기록되어 있다. 그외 평안도 영유현 103개, 황해도 강령현 89개의 염분이 있었고, 옹징현, 울진현, 연안도호부, 평해현 등이 주요 소금 산지였다. 또 북한의 경우는 현재 함경북도 어랑군 어대진 노동지구에 사구에 의한 석호 지형에 비교적 대규모 염전을 개발해 소금을 얻고 있다.
암염은 육지 내륙이나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소금이 암석화한 것이다. 당연히 1억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면서도 과거에 바다였던 해양지대들이 지구의 대륙판들이 충돌하면서 융기하여 바닷물이 육지에 갇히고, 지질층으로 지하 깊숙이 모여져서 오랜 기간 수분이 빠져나가고 염분만 남아 단단한 암석으로 변한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그리고 히말라야 산지의 암염들이 생산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된다. 최근 국내서 판매되는 ‘히말라야 핑크솔트’가 대표적이다.


호수 소금은 내륙 깊숙이 자리잡은 소금 호수에서 생산된 것이다. 과거 빙하기에 위도가 낮은 곳에서는 기온차로 빙하가 잘 없고, 지금보다는 습윤한 빙하 변경으로 더러 눈과 비가 많이 와서 해안으로 진입하는 수로가 없는 곳에 일반 호수가 형성되었는데, 페루의 우유니와 미국 유타주의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가 유명하다. 이들은 대략 1만3000년 전, 빙하가 물러가고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증발이 대량으로 이뤄져 호수물이 소금 바닥을 보이거나 혹은 진한 염도의 염수 호수가 되었다. 인근의 산지에서 더러 내려오는 여러 광물질들인 리튬, 망간 등도 이곳 염호에서 자원으로 채취된다. 소금 호수물은 건조 증발에 의해 일반적으로 바닷물에 비해 염도가 5배에서 13배에 이른다. 수영을 할 경우 자연적으로 물에 뜬다. 중동의 이스라엘과 시리아, 요르단의 경계를 이루는 갈릴리호수, 요르단강, 사해는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갈릴리 호수는 요르단강을 통해 사해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일반호다. 그러나 사해의 물은 빠져나갈 방법이 증발 외는 없으므로 소금호수와 소금사막을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상당한 소금이 생산된다. 미국 유타주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물기가 매우 적어서 우기에도 물기가 없는 고급 소금임을 광고한다. 한국에도 이스라엘에서 수입되는 호수 소금의 예로 ‘사해 소금 비누’가 생산되고 있다.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는 소규모 염정에서 소금을 생산한다.
지하수염도 특이한 것이다. 이 지하수는 지질학적 시기가 늦거나 지하화된 해양염수에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염도가 높은 지하수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하수는 관정으로 지하 200m까지 뽑아 올려서 열을 가해 건기에는 천일염 형태로, 우기에는 자염 형태로 생산하는 것이다. 라오스의 콕싸앗 소금공장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왕립학회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은 1894년에서 1897년까지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답사기행록을 남겼다. 이곳에 보면 당시 함경북도 해안을 거치면서 소금 생산을 관찰하였고, 생산된 소금은 바구니에 담겨 중국의 훈춘으로 운반되는데, 소금 수송 중국인 마차는 각각 7마리 노새로 조종되고, 빠른 속도로 달린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서해안에서 생산된 소금은 한강을 통해 여러 나루터들에서 지역의 쌀, 콩 등과 교환되었다고 적고 있다.
한국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많은 소금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제설용, 연수기용 소금), 아르헨티나(안데스 소금), 호주(장류 제조용 천일염), 베트남(천일염) 등이다. 앞서 언급한 히말라야 소금(파키스탄)과 사해 소금(이스라엘)도 있다. 필자가 가본 소금 생산지는 신안과 영광의 염전, 미국 유타주의 소금호수, 중국 신장 염호지대, 라오스의 콕싸앗 소금공장 등이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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