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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눈앞서 터진 관세폭탄, 비장의 협상카드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3 18:06

수정 2025.04.03 18:06

美 한국에 26% 상호관세 부과 발표
FTA도 무력화, 특단 전략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발 관세폭탄이 눈앞에서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한 25% 관세도 3일 정식 발효했다. 상호관세는 대미 무역적자를 잣대로 나라마다 다르게 부과했는데 중국 34%, 일본 24%, 대만 32%, 베트남 46% 등 아시아 국가들에 높게 때렸다. 대통령이 트럼프 비위를 맞추고 거액의 대미투자를 발표했던 일본, 대만 등 핵심 동맹국도 관세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에 관세율이 가장 높다. 트럼프 발표 때는 25%라 했다가 행정명령서에는 26%로 기재돼 혼선까지 일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통상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대책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관세의 칼끝은 날카롭고 세졌다. 과격해졌다. FTA도 사실상 폐기해버렸다. 자유무역 질서는 아랑곳 않고 비관세장벽까지 끌어다 관세를 매겨버렸다. BBC는 "글로벌 통상 체제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격"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관세폭탄에 주요 교역국들은 '멘붕' 상태다. 한국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최대 대미수출품인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 석유제품, 컴퓨터 부품, 기계류, 의약품 등의 수출은 곧장 위축될 것이다.

추가로 발표될 반도체, 의약품 관세까지 물게 되면 한국 수출은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다. 7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한 대미수출은 전체 수출의 20%에 육박한다.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 위축은 생산과 소비, 일자리 모두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우려하던 0%대 저성장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는 협상의 시간이다. 우리가 명백히 불리한 위치다. 미국은 한국에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소고기 검역, 디지털 망사용료, 온라인 플랫폼법,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등 시장보호를 위한 웬만한 장치는 다 걸고 넘어진 것을 보면 그렇다. 한국이 막아놓은 비관세장벽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그중에는 국내 산업 기반과 질서를 바꿔야 하는 수도 있고, 이해당사자가 반발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이 국가의 역량이다. 각국이 다 같은 조건이다. 우리만의 전략을 갖고 국익만 보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우리와 같은 입장인 일본 등 친미 동맹국의 움직임과 전략을 면밀히 분석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반도체, 조선, 방산, 원자력, 에너지 등 특화된 기반을 갖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원하는 것들이다. 이런 비장의 카드를 잘 살려 협상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

"트럼프 1기가 소나기였다면 2기는 태풍을 동반한 장마"라며 인내심을 갖고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통상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관세협상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수출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량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이다. 탈한국 가속화로 제조업 위축과 산업 공동화를 막을 특단의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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