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호사 아닌 유부남에 처자식도 있어
다수의 여성 불법촬영물 발각도
다수의 여성 불법촬영물 발각도

[파이낸셜뉴스] 미국 변호사라던 남자 친구가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고 휴대전화에서는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들이 발각돼 결국 경찰에 넘겨진 사건이 알려졌다.
지난 3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40대 여성 A 씨는 2년 전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한 또래 남성을 만났다. 이 남성은 자신이 미국 변호사라고 주장하면서 미혼이고, 현재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매너도 좋고 다정하고 말도 잘 통했던 남성과 금방 연인이 돼 진지한 만남을 이어갔다. A 씨는 "이 남자를 너무 좋아했고 믿어서 금전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성은 "내가 좋아하는 후배들이 있는데 당신을 소개해 주고 싶다. 집으로 가도 되냐? 먹을 것도 가져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물었다. A 씨는 부담스럽다고 거절했지만, 거듭된 요청에 마지못해 응했다.
A 씨는 집에 온 후배 두 명과 전화번호도 교환했다며 "술자리가 조금 건전하지 않았는데 남자 친구가 옆에 있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그러다 과음한 A 씨는 정신을 잃었고 다음 날 눈 떴을 때 펼쳐진 광경에 충격받았다고 한다.
A 씨는 "남자 친구가 후배들한테 '네 형수 예쁘지 않냐? 이런 여자 없다'고 하더니 후배들과 잠자리를 해보라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며 "울기도 하다가 소리 지르면서 기절했던 것 같다. 그 이후 눈 떠보니 같은 방에서 저는 나체 상태였고, 후배들도 나체 상태였다. 남자 친구는 식탁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너와 내가 관계 갖는 걸 후배들한테 보여주려고"
혹시라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남자 친구와 후배들이 성폭행한 건 아닌지 의심된 A 씨는 남자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A 씨가 "후배들과 나를 공유하려고 했냐"고 묻자, 남자 친구는 "그건 아니고 너와 내가 관계 갖는 걸 후배들한테 보여주려고 했다"는 대답을 내놨다.
후배들이 옷을 벗고 있던 것에 대해 남자 친구와 후배 모두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했다. 한 후배는 "선배가 그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 같다. 아무 일도 없긴 했는데 선배가 '오늘은 안 되겠다. 가라'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A 씨가 한 후배를 추궁한 끝에, 그는 남자 친구가 미국 변호사는커녕 다니던 직장에서도 잘린 백수에다가 자식까지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이 후배는 "선배는 결혼한 이후에도 수십년간 많은 여성을 만나왔고 요일마다 만나는 여자가 다를 정도였다"면서 "그동안 선배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다. 이번 기회로 그 선배와 인연을 끊고 싶다"고 털어놨다.
A 씨가 곧장 이 내용에 대해 남자 친구에게 따지자, 남자 친구는 "나 기혼 맞다. 근데 아내와는 쇼윈도 부부다. 나 떳떳하다"고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너의 나체 사진과 동영상을 뿌리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 씨는 남자 친구를 특수준강간 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남자 친구는 "왜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을 지어내서 인생을 망치냐? 형사가 들이닥쳤다. 애도 있고 아내도 있는데 왜 가정을 파탄 내냐?"고 되레 윽박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남성의 휴대전화에서는 수년에 걸쳐 여성들의 나체 또는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영상이 12건 나왔다.
A 씨와 동일하게 데이팅 앱에서 이 남성을 만나 속아서 교제한 피해자도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메라 이용촬영죄 등 혐의를 받는 남성은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