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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하라"던 영국 보건장관, 보좌관과 '불륜 키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6.28 07:01

수정 2021.06.28 07:01

영국 현지 언론이 발표한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의 불륜 장면. 뉴스1 제공
영국 현지 언론이 발표한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의 불륜 장면.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불륜에 '거리두기'까지 위반. 우리나라의 장관이었다면 사퇴로 끝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여성 보좌관과 업무 공간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드러난 맷 행콕(사진) 영국 보건장관이 결국 물러났다. 코로나19 방역 책임자가 ‘내로남불’ 식으로 방역 수칙을 어긴 데 대한 공분이 커진 탓이다.

28일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행콕 장관은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전날 밤 사의를 표했다. 행콕은 “나는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이 치른 엄청난 희생을 알고 있으며, 규칙을 만든 사람은 그걸 지켜야 한다는 것도 안다”며 “그것이 내가 사임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직서에서는 “방역 수칙을 어긴 것”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 가족들이 “이런 일을 겪게 해” 미안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행콕이 지난 달 6일 런던 보건부 청사 집무실에서 지나 콜러댄젤로를 끌어안고 키스하는 장면이 담긴 감시카메라 영상이 보도됐다. 행콕은 지난해 3월 콜러댄젤로를 계약직 무급 보좌관으로 채용한 데 이어 9월에는 보건부에 조언하는 비상임이사로 임명했다.
둘은 옥스퍼드 대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각자 결혼해 자녀를 세 명씩 두고 있다.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주무 장관이 내연녀를 지근거리에 두고 불륜을 즐긴 사실이 폭로돼 영국이 발칵 뒤집혔으나, 존슨 총리는 그의 사과를 받는 선에서 일을 덮으려 했다. 그러나 행콕이 장관직 버티기에 나서자 민심은 더욱 악화했다. 거리두기 위반이 결정타였다. 밀회 장면이 포착된 당시는 정부 지침상 비록 부모라도 한 집에 살지 않으면 포옹할 수 없던 시기였다.

이에 제1야당 노동당뿐 아니라 보수당 동료 의원들까지 나서 경질을 촉구했다. 보수당의 한 중진의원은 “가벼운 접촉도 금지했던 사람이 스스로 지침을 어긴 게 들통났는데도 자리를 지키려 하다니 믿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보수당 의원은 “위선이 문제”라고 했다.

존슨 총리는 사직서를 수리하고 사지드 자비드 전 재무장관을 후임으로 발탁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총리는 행콕을 해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부터 보건장관을 맡은 행콕은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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