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선거 압승 예측과 달리 李와 접전
20대 여성 표심 李에 쏠렸다는 분석
"성별 갈라치기에 신물나" 의견도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20대 대통령 선거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개표 전까지 윤 당선인이 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예상과 다르게 접전이 펼쳐진 이유 중 하나로 20대 여성 '이대녀'의 표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쏠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지막까지 어느 후보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이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진 일부 20대 여성들은 '국민의힘이 여성 유권자를 무시했다', '최악을 막기 위한 투표였다'는 등 이번 선택에 대한 다양한 이유를 내놓았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48.6%의 득표율을 올려 이 후보(47.8%)보다 불과 0.8%포인트 앞선 득표율로 승기를 잡았다. 개표 과정에서도 이 후보와 1%포인트 내 차이를 보이며 접전세를 보였다.
지난 7~8일 이틀간 실시된 대선 예측조사에서 윤 당선인이 이 후보를 상대로 최대 7.6%포인트, 적게는 3.1%포인트 격차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게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아 막판까지도 누가 당선될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호남 지역, 4050 세대 유권자들의 이 후보 쏠림 현상이 개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20대 여성의 표심이었다고 분석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녀는 결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윤 당선인도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에 반발한 20대 여성이 이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취지다. 실제로 20대 여성은 이 후보에게 58.0%를 몰아줬고, 윤 후보는 33.8%에 그쳤다.
이 같은 투표 결과가 나오자 일부 20대 여성들은 이 후보에게 어쩔 수 없이 투표한 측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공약에서 배제되는 것을 보면서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지지하기는 힘들었다는 주장이다.
직장인 최모(28)씨는 "여가부가 사실상 정상가족 지원부서라면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지금도 여성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부처라는 상징성이 있다"라며 "이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SNS에서 단 7글자로 내세운 것도 괘씸했다"고 전했다.
여가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대학원생 이기은(27)씨는 "업무 이관이나 부처 개편도 아닌 완전한 폐지를 내세우는 건 성폭력 피해자, 한부모 가정 등을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지난 5년간 집값 폭등 등 국정이 다소 미흡하게 운영되는 걸 보면서 정권교체에 힘이 실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무고죄 강화 같은 공약으로 청년층을 '이대남', '이대녀'라고 갈라치기 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의 '이대녀 발언' 등을 언급한 직장인 윤모(27)씨는 "전날 한 패널이 개표 방송에서 '유권자는 자신을 무시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고 얘기했는데 이에 공감했다"며 "이 후보는 최소한 20대 여성을 무시하진 않겠다 싶어 뽑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당선 첫날 20대 유권자들 중 성별 간 표심이 비교적 뚜렷하게 갈린 데 대패 '성별로 갈라치기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선 인사 후 젠더 갈등과 관련해 "남녀의 양성의 문제라고 하는 것을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선거 과정에서는 그런 식으로 오해도 받고 공격도 받았지만 남녀 성별을 갈라치기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런 것 없으니 오해 말고 오히려 전 그렇게 하는 게 여성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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