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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등떠밀린 대책으론 전기차 산업 주도 어림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2 18:05

수정 2024.08.12 19:10

인천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 확산
배터리 이력 공개 등 실효성 높여야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전기차 화재 대비 리튬이온배터리 전용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전기차 화재 대비 리튬이온배터리 전용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회의를 가졌는데 13일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각 부처 차관들이 다시 머리를 맞댄다. 정부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과충전 방지, 지상 충전기 설치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최종 대책은 내달 초 내놓을 것이라고 하는데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게 지난 1일이다. 그 후 곳곳에서 갈등이 쌓이고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기차에 불이 붙으면 배터리 열폭주로 주변까지 극심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다툼까지 벌인다고 한다.

중고 전기차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차를 찾는 사람은 줄고, 매물은 늘면서 시세도 요동치고 있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에 따르면 인천 화재 발생 후 7일간 전기차 매물 접수량은 직전 기간 대비 184%나 증가했다. 가뜩이나 전기차 시장은 일시적 수요정체(캐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화재사고를 이대로 방치하면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본다.

전기차 강국 구호만 외쳤을 뿐 함께 챙겼어야 할 안전대책은 뒷전이었던 것에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에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해 충전기 보조금 예산은 2624억원, 올해는 3715억원에 이른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충전기가 지상, 지하 어디에 설치됐는지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었겠나.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사고는 해마다 증가했다. 2020년 11건이었던 전기차 화재는 지난해 72건으로 불었다. 사고가 늘면서 정부도 대책을 내놓긴 했으나 대부분 실효성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지난 6월 충전소 안전 강화방안을 확정하면서 올해부터 충전기가 설치된 지하주차장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지하주차장 3층까지만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인천 화재사고를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조치다. 더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배터리 제조사 공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현대차도 심상찮은 전기차 포비아 움직임에 국내 자동차업체 중 처음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기아도 이어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자동차사도 배터리 제조사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배터리 이력 공개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해 정보공개를 시작했다.

배터리를 90% 넘게 충전한 전기차는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치는 논란의 소지도 있다.
업계는 기준이 왜 90%여야 하는지 의문을 표한다. 지상주차장이 없는 아파트에선 지하 충전 금지 같은 대책이 현실성이 없다.
이를 두루 반영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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