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美, 아이가 불내도 수백억 배상명령… "모두에 경각심 환기"

정경수 기자,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31 18:29

수정 2025.03.31 18:29

매년 산불, 화마에 휩싸인 대한민국 (下)
인력·예산 등 기본 인프라 미흡
"안전에 쓰는 돈, 비용 아닌 투자"
처벌 미약해 범죄로 인식 안해
발화 원인·과실 입증도 어려워
5년간 징역형 사례는 5% 불과
"온국민이 적극 감시·신고해야"
의성 산불 현장 합동감식3월 31일 경북 대형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의성군 괴산리 야산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경찰 등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성 산불 현장 합동감식3월 31일 경북 대형산불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의성군 괴산리 야산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경찰 등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의 반복을 매년 통계에서 확인하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인력과 예산 등 기본 인프라 조성에 미온적인 데다 처벌도 미약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이는 소방당국이나 산림 정책기관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산을 책정·배정하고 법률을 제정·개정해야 하는 정치권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3월 31일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고의로 산림보호구역에 '방화'한 자는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지만, '과실(실화)'로 인해 산불이 발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그러나 이마저도 발화 원인과 과실 입증이 어려워, 지난 5년여간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에 불과하다.

해외의 경우, 다수 국가에서 우리와 비슷한 양형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명령 등을 통해 무거운 책임을 물린다는 점은 다르다.

실제 지난 2017년 폭죽을 던져 여의도 면적 23배의 산림을 태운 15세 소년에게 미국 법원은 한화 약 418억원 배상을 명령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고성, 강릉, 울주, 안동, 울진, 홍성 등 국토 곳곳에서 거의 매년 대형 산불 홍역을 치르면서도 인력과 예산 등 기본적인 인프라 확충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산림청의 산림재해대책비는 1000억원 수준이다. 이 예산은 산불, 산사태 등 산림재해 대비·대응에 사용된다. 하지만 전년에 비해 조금도 늘지 않았다. 산림재해대책비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만, 전년도에 재난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면 증액하지 않는다.

산림청 전체 예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조6126억원에서 올해 2조6246억원으로 증액 수준이 미미하다. 오히려 대형 산불 진화에 필수라는 산림헬기 도입·운영 예산은 2023년 1123억4400만원에서 2024년 938억5800만원, 2025년 880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산림청이 지난해 9월 배포한 예산안 보도자료를 보면 헬기 도입 규모는 2024년 3대였지만 올해 1대로 줄였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산을 조금 더 확보해 산불을 진압할 수 있다면 소화력이 증대돼, 똑같은 소방력을 가지고도 산불의 대형화를 막을 수 있다"며 "산불이 대형화되는 순간 조 단위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산림청 예산 지원은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도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몰 비용이 아니라 투자비용"이라며 "복구하는 예산이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에 수백 배가 되기 때문에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산이 확보되면 장비뿐만 아니라, 인력도 충원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임도(산길)와 공터 등을 이용한 방화 구획대 마련, 야외 스프링클러나 산불 위험 지역 소화전 설치 의무화 등 행정적·입법적 조치의 필요성 역시 주문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강릉과 속초 등 대형 산불을 겪은 지역은 산림에 인접해 있는 마을별로 소화전과 소화장치 약 1500개를 설치했다"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이어지는 대형 산불 빈도가 많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송규 회장은 "낙엽으로 인해 휘발유를 산에다 뿌려놓은 상태와 같은데, 이를 처리할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산림 곳곳에 빈 공터를 만들어 방화 구획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야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통해, 인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민적 인식 전환 의견도 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숲의 길인 임도를 곳곳에 설치하면, 산불의 방어선도 되고 인력과 장비를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면서 "산불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온 국민이 산불을 감시하고 신고하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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