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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시걸 "트럼프 관세정책, 95년 만에 최대 실책"..."장기 투자자는 버텨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6 08:39

수정 2025.04.06 08:39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행정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행정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9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정책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인 시걸은 뉴욕 증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시걸 교수는 그러나 장기 투자자라면 “더 좋은 날”을 기대하며 버티라고 충고했다.

95년 만에 최악의 정책 실수

시걸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일련의 관세들은 1930년 스무트-홀리관세법보다 미국에 더 큰 해악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는 95년 만에 최대 정책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시걸은 “트럼프가 왜 스무트-홀리관세법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930년, 1931년, 그리고 1932년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교훈을 얻은 것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이어지지 않은 배경 가운데 하나”라면서 “미국은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에 엄청난 유동성을 쏟아부었지만 95년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무트-홀리관세법으로 미국이 관세를 통한 무역 빗장을 채우면서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빠졌고, 이것이 결국 2차 대전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걸은 트럼프의 이런 정책 실수는 “스스로 악화시킨 상처이자 강요되지 않은 실수이며, 일어나지 않았어도 될 일”이라고 개탄했다.

뉴욕 증시, 이틀 새 6조6000억달러 사라져

뉴욕 증시는 트럼프가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폭락세로 돌변했다.

최악은 피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2일 상승했던 뉴욕 증시는 장 마감 뒤 트럼프가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3일과 4일 이틀을 내리 폭락했다.

이틀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은 9.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0.5%, 그리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11.4% 폭락했다.

증시 폭락 속에 이틀 동안 허공으로 사라진 시가총액만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에 이른다.

나스닥은 약세장에 진입했고, S&P500과 다우도 각각 조정장에 들었다.

S&P500은 전고점에 비해 17%, 다우는 15% 폭락한 터라 지금의 폭락세가 이어지면 나스닥처럼 약세장에 진입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장기투자자라면 버텨라

시걸은 다만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지금 심각한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 이유는 없다고 충고했다. 관세 태풍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장기 투자자라면 시장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시걸은 다만 주식을 매일 거래하는 데이 트레이더라면 관세가 남아있는 한 이런 태풍들을 또 몰아닥칠 것이기 때문에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래 어느 시점이 되면 지금보다 ‘더 밝은 날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관세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경기침체 위험 고조

그렇지만 그는 트럼프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경기침체 위험은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시걸은 트럼프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앞으로 꽤 많은 시간 동안 경제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2주 안에 관세를 철회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 미 경제 침체 확률은 아마도 5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걸은 이어 “만약 그가 관세를 철회한다고 하면 경기 침체는 피하겠지만 경기 둔화는 못 피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에서는 이번 상호관세가 협상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협상에 열려 있다고 거듭 말해왔다.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트럼프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베트남과 협상에 나서는 등 미국에 유리한 조건이라면 트럼프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걸은 그러나 트럼프가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모든 관세를 없애면…다른 전세계 모든 나라들과 교역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적자를 낼 것이라는 생각이 트럼프의 머리에 깊이 박혀있다”면서 “트럼프는 무역적자가 태생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시걸은 “이런 생각은 모든 측면에서 그저 절대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5월 금리 인하 가능성 급격히 고조

시걸은 관세 충격으로 인해 미 금리가 낮아지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던 연준의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트럼프 관세로 인해 “극적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다음달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은 1주일 사이 급격히 높아졌다.

1주일 전 81.5%였던 금리 동결 예상은 이제 66.7%로 낮아진 반면 연준이 0.25% p 금리 인하에 나서 기준 금리를 4.0~4.25%로 낮출 것이란 예상은 같은 기간 18.5%에서 33.3%로 급등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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