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복 대상 40조원의 몇 배 규모 추가 보복 관세 부과도 위협

[파이낸셜뉴스]유럽연합(EU)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조치에 대한 첫 대응으로 280억달러(41조원) 상당의 미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부과 관세율을 20%로 상정할 경우 약 8조2000억원 규모이며, 25%일 경우 10조원이 넘는 보복 관세가 미국 수입품에 물리게 된다.
7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EU 정책을 결정하는 EU 집행위는 미국의 여러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첫 보복 대응'으로 우선 미 수입품 280억 달러 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결의를 준비하고 있다.
EU는 7일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대미 보복 관세 부과 방안을 9일 표결하기로 했다. 27개 회원국 가운데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시행된다.
첫 보복 관세는 알루미늄과 철강 25% 관세에 대한 보복
이 같은 EU의 대미 첫 보복 관세는 3월 중순부터 적용되고 있는 알루미늄과 철강 25% 관세를 타깃으로 할 방침이다. 9일 부과될 예정인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는 일단 협상 카드로 남겨놓기로 했다. EU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등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도 협상 신호를 보내기 위해 일단 제한된 영역에 대해서만 보복 관세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EU의 미국 수입품 가운데 280억 달러 규모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280억 달러는 EU가 지난해 미국서 수입한 상품 3700억달러(540조원)의 7.5% 수준에 그친다. 미국 측에게 EU의 보복 의지를 표시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20%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부과된다면 EU는 추가 보복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는 이번 280억 달러의 몇 배나 되는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번에 해당되는 28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수입품에는 육류, 곡물, 와인, 목재 및 의류가 대부분이며 껌, 치실, 진공 청소기 및 화장지 등도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대해 20%의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EU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25%의 일방적인 관세도 부과 당했다.
EU 집행위원장 7·8일 철강·자동차·제약기업 대표들과 회동해 대응책 결정
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표결을 앞두고 7~8일 철강·자동차·제약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별도로 회동해 관세의 영향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U는 단합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서로의 견해차를 조율하고 있다. 미국의 주류 관세 경고에 와인 수출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모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미 수출이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일랜드는 "신중하고 계산된 대응"을 촉구하는 등 보복 관세에 미온적인 상태이다. EU 내 대미 수출액 3위인 이탈리아 역시 보복 조처에 소극적이다.
반면 프랑스는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며 보복 관세 부과를 주도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황이 명확해질 때까지 대미 투자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프랑스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에릭 롬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최근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 인터뷰에서 "(미국 빅테크의) 특정 활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선택지도 있다"며 디지털세 부과를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주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EU가 미국의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현재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디지털 서비스를 과세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서비스 무역 역조 속에 기술분야 유력한 대미 보복 카드로 부상
기술 분야는 EU 유력한 대미 보복 카드가 될 수 있다. EU가 상품 무역에서는 미국에 대해 1570억 유로(약 248조원) 규모의 무역 흑자를 보고 있지만, 디지털 서비스를 포함한 서비스 분야에서는 1090억 유로(약 172조 원)의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여러 미국 빅테크는 유럽 디지털 시장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가 다수 위치한 아일랜드는 디지털세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라 회원국 간에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EU산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나머지 품목에는 20%의 상호관세를 9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대략 EU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70%에 관세가 매겨진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320억 유로(약 852조원) 규모다. 20% 상호관세에서 일단 제외된 구리·의약품·반도체·목재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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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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