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보조금 폐지 압박
정부·정치·기업 원팀 대응을
정부·정치·기업 원팀 대응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야는 미국의 관세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 멕시코와 캐나다에 고관세 부과 의지를 밝혔다. 관세 때리기를 주도할 라인 구축도 완료 단계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제이미슨 그리어가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그리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다. 관세 중시 기조를 설계한 라이트하이저의 후계자 격인 그리어를 발탁했다는 건 관세정책을 무역전쟁의 핵심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보조금 정책 변화는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은 우리 기업들에 직격탄이 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내 반도체와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 정책을 뒤집겠다는 목소리가 구체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예정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보조금 지급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바이든 정부 기간에 반도체법 지원금을 서둘러 지급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경우 아직 보조금을 받지 못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 역량의 하락이라는 내재적 문제와 미국발 외재적 리스크라는 복합위기에 빠져 있다. 국내 경쟁력 제고와 트럼프 리스크라는 양대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순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에서 대응하는 정책들을 보면 현 위기 상황에 비해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닌가 걱정스럽다.
물론 정부는 이날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내놨다. 지원에는 정부가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 비용 지원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반도체 기업 대상으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율을 상향하고, 연구개발 시설 투자에 세액공제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오래전부터 수도 없이 지적해왔던 사안인데 트럼프 리스크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서두른다니 씁쓸할 따름이다. 더구나 현재 첨단산업 경쟁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책을 등에 업고 펼쳐지는 추세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으로 지원해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얘기다.
국회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몰려온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정작 지원법안 마련에는 늑장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현실화되려면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과 세법개정안 등 관련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돼야 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될 일이다. 정부와 정치, 기업이 원팀이 돼야 미국발 경제위기 파고를 넘을까 말까 한 중대 국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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