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등 12개 여야 의견 일치
지금이 정국 주도권 다툼할 때인가
지금이 정국 주도권 다툼할 때인가
지금 필요한 정부와 국회의 국정운용 방향은 시급하면서도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정책을 선별적으로 신속 처리하는 것이다. 아울러 쟁점사안은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보류하는 쪽으로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특히 무쟁점 법안 가운데 경제·민생 법안은 최우선적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경제 현안을 우선순위로 놓고 여당과 논의하자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가 구성되려면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 와중에 여야가 국정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여야가 기싸움, 감정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협의체에서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 가동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여당도 경제와 민생을 살리자는 뜻만큼은 받아들여 협의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여야 모두 공통으로 법안을 낸 경제분야 주요 입법 12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처리돼야 할 중대 법안들로 꼽힌다. 일부 이견을 제외하면 여야 합의가 거의 이뤄진 법안들이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주 52시간 예외조항을 두고 일부 이견이 있으나 대체로 뜻은 일치된 상태다. 인공지능(AI) 전환을 전폭 지원해 줄 AI기본법도 통과가 시급한 법안이다. 첨단산업 전력수요를 뒷받침할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도 더 미룰 수 없다.
에너지·인프라 관련 법안들도 차일피일 지연될수록 해외 입찰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국가 주도로 해상풍력 발전지구를 지정하고 정부가 각종 협의와 인허가를 지원하는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 지자체마다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이격거리를 합리화하고 국산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그런 법안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고준위특별법 제정안도 한시가 급한 법안이다.
한 권한대행이 17일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는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농업 4법(양곡관리법 개정안·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이다.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인데,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여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야당도 정치공세와도 같은 반복적 입법 추진은 일단 멈춰야 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중대 법안 통과에 협력해야 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여야를 떠나 초당적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 제안의 진정한 의도는 몰라도 여당도 합류하여 민생법안 통과부터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무쟁점 경제법안을 놓고 싸울 이유는 없다. 싸움도 국정이 안정될 때까지 잠시 미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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