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여기서 살고싶어요"라고 말한 북한군 포로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13 06:18

수정 2025.01.13 06:18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다"라며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고 실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11일(현지 시간)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군과 북한군의 러시아 군인신분증 표지(붉은 종이수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SNS 갈무리 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11일(현지 시간)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군과 북한군의 러시아 군인신분증 표지(붉은 종이수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SNS 갈무리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은 훈련을 하러 가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어디에 가는지도 모르고 전쟁터에 끌려왔다고 실토하면서, "여기서(우크라이나에)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2명을 심문하는 동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생포한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군 포로에 대한 심문 내용을 담은 동영상도 엑스에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에 보낸 이런 '제안'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영어·우크라이나어와 함께 한글로 적어 게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도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11일(현지 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생포한 북한군을 심문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에는 한국어를 하는 남성이 통역을 진행했다.

영상에서 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운 채 조사받은 북한군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어?'라는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휘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느냐'는 물음에 이 북한군은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이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기 전의 상황에 대해 "1월 3일 (전선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부상당하고 (잡혔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묻자 이 북한군은 머뭇거리다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대답이 오자 이 북한군은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라고 물었고, 집에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1월 3일 (전선에) 나와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숨어 있다가 5일 부상당했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11일(현지 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페이스북 캡처 뉴시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11일(현지 시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페이스북 캡처 뉴시스

턱에 붕대를 감은 다른 북한군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아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서 외신들은 SBU를 인용해 생포된 북한군이 각각 20세, 26세 젊은 병사로 키이우로 이송돼 심문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북한군이 전투 중 '상당한 병력 손실'을 증언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분석에 따르면 1만1000여명의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고, 러시아는 북한군 존재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의 지원으로 심문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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