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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야산에 초대형 4대그룹 창업주 흉상 '찬반'..美대통령 바위얼굴 롤모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5.29 14:11

수정 2023.05.29 14:11

울산시 2차 추경안 흉상 건립비 시비 250억원 편성 위치는 유니스트 인근...24호 국도에서 보이도록 대형화 러시모어 산 미국 대통령 4인 바위 얼굴 연상 울산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인 선정 노동자만큼 기업인도 예우 하겠다는 입장 현대,삼성,롯데,SK그룹 창업자 및 회장 등 대상 기업 부담 가중, 전액 시비 투입 등에 논란 예상
국내 주요 그룹 창업주 흉상이 들어설 울산과학기술원 소유의 야산. 울산시 제공
국내 주요 그룹 창업주 흉상이 들어설 울산과학기술원 소유의 야산. 울산시 제공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가 친기업 정책의 일환이라며 25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 4대 그룹 창업주의 거대 흉상을 건립하는 것을 두고 여전히 찬반론이 일고 있다. 이색 관광 홍보물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과 함께 시민들의 공감대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다. 롤모델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야산에 바위를 깎아 만든 4명의 미국 대통령의 대형 얼굴 조각상이다.

울산시는 올해 2회 추경예산안에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건립’ 사업비로 250억원을 편성했다고 29일 밝혔다. 부지 매입비 50억원과 흉상의 설계·제작·설치 비용 200억원이다.


아울러 사업의 근거가 될 ‘울산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 추진 및 지원 조례안’을 오는 6월 중 울산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 조례안은 산업도시인 울산을 빛낸 기업인을 널리 알리고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4월 입법예고된 바 있다.

흉상의 건립 위치는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소유의 야산이다. 울산~언양간 24호 국도에서 조망이 가능하도록 높이 40m 안팎의 대형 흉상으로 만들어진다. 흉상을 받치는 기단을 포함하면 높이만 60m가 넘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규모에 대해 울산시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바위를 깎아 만든 4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을 연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국립공원에 있는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 조각의 넓이는 5.17㎢, 두상의 길이는 60m이다.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국립공원에 있는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 조각의 넓이는 5.17㎢, 두상의 길이는 60m이다.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선정 대상 기업인은 울산에서 출생, 거주, 활동했던 기업인 중 국가와 울산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최종현 SK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등 4인의 기업가가 대상에 오르고 있다. 기업가 2명 이상의 흉상을 세운다는 게 울산시의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울산이 산업수도로 발전하는 데 있어 노동자와 기업인들이 다 같이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노동자에 비해 기업인에 대한 예우가 부족하다고 판단, 이 같은 지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은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먼저 ‘위대한 기업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 이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필요하다. 또 선정 절차, 선정된 인물에 대한 초상권 확보, 후손들의 동의 여부 등 논란거리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먼저 해결해야 문제도 있지만 흉상 건립 후에는 유지 보수, 주변 환경미화, 방문객 관리 등의 부담을 기업이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보니 앞장서 환영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울산박물관 등 공공시설 안에 동상을 세우고 기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250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 사용에 대한 반대 여론도 예상된다.

친기업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오로지 울산시의 예산만 투입해야 한다. 국비 등의 지원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위대한 기업인에 대한 정의와 선정 절차 및 지원 규모 등은 조례에 따라 정해지게 되고, 반대 여론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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