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올해도 4대 그룹 총수 증인 신청
경영 지장 주고 이미지 추락에 영향
경영 지장 주고 이미지 추락에 영향
다음 달 10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주요 재벌 총수들을 국감장에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증인으로 부르는 이유로는 주요 그룹의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탄소중립 대책 등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신청한 재벌 총수는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 직무대행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다. 이 밖에도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등 여러 경영자와 오너들도 증인으로 신청돼 있다. 증인 채택은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국감은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의 권한이지만 기업인이라고 해도 국회가 국정을 감시하고 감사하는 과정에서 증언 형식으로 국회에 출석, 국감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매년 국감장에 재벌 총수들을 불러 놓고 호통을 치는 일종의 갑질을 해왔기에 그동안 문제가 돼 왔다.
올해도 이유가 없지는 않다. 가장 큰 이슈는 옛 전경련에서 변신한 한경협에 4대 그룹이 가입한 사안이다. 정경유착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전경련의 부끄러운 과거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출발한 것은 그런 취지에서다.
4대 그룹이 한경협에 가입한 것만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자체 감독하는 삼성그룹처럼 사내 감독 체제 등 유착을 막을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그런 것을 한경협 가입을 유착관계 부활과 동일시하면서 국회가 과거 행태를 반복하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
물론 과거의 기업과 권력의 결탁 외에 지금도 기업이 경영 과정에서 잘못이나 실수를 저질러 국민적 비판을 받은 일이 있다. 아파트 부실공사나 작업 중 사망사고 등이 그 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 것을 굳이 총수들을 불러 놓고 다그치고 망신을 주는 것은 국회의 권한남용이 아닐 수 없다.
증언은 실무자들을 불러서 듣는 것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총수들은 민간경제의 리더들로서 외국을 수시로 오가며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룹 총수가 국회에 불려나가 증언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국제적으로 이미지를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여당은 야당의 요구를 곧이곧대로 들어줘선 안 된다. 경제와 민생은 돌보지 않고 정치공세나 일삼으면서 국감 때만 되면 기업을 적대시하며 총수를 오라 가라 하는 야당의 나쁜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싸움질에 빠져 있을 때 기업인들은 국내외로 움직이며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 의원들이 기업인들을 불러서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기식으로 따질 자격은 조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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