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5가지 탄핵사유 인정하지 않아
복귀 韓 총리, 국정 정상화에 매진을
복귀 韓 총리, 국정 정상화에 매진을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재판관 8명 가운데 1명만 인용 의견을 낸 압도적 다수의 기각 선고였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소추한 13건 중 현재까지 9건이 모두 기각됐다.
한 대행의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불이행,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 건의 등 5가지인데 헌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애초 탄핵소추 사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상식적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사필귀정의 결론이다.
특히 논란이 된 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을 거부한 데 대해서도 헌재는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파면을 정당화할 사유가 못된다고 판시했다.
지금까지 헌재가 8건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데 이어 한 총리 건까지 9건 모두를 기각함으로써 민주당의 연이은 탄핵소추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임이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이후 국정 혼란을 수습했어야 할 한 총리마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어 거의 두달 동안 나라가 더 큰 혼돈에 빠졌다는 점이다. 그사이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 우리나라를 상대로도 관세 공세를 퍼부었는데, 총리마저 없는 우리로서는 최선의 방어를 해내지 못했다.
미국은 경제적 사안뿐만 아니라 안보와 외교 분야에서도 합당한 파트너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나라를 대놓고 패싱하기 일쑤였다. 세계 다른 나라들은 대통령 또는 총리가 나서 미국과 접촉하고 협상을 시도하여 작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우리는 지휘관을 잃고 무장해제 상태에서 공격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결과 신뢰도 추락과 같은 유무형의 국가적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탄핵소추를 주도한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없이 헌재에 유감 표명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의 국정 혼돈의 시발점이 무차별적 줄탄핵과 입법권 남용이었고, 민주당이 결과적으로 비상계엄을 촉발한 주체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길지 않은 시일 안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이다. 인용되든 기각되든 업무에 복귀한 한 총리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정체되고 혼란에 빠진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헌재의 이날 선고에도 국민의 분열된 모습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급기야 민주당은 장외 천막당사를 차려놓고 노골적으로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여당 또한 여기에 뒤질세라 탄핵 기각을 외치며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벌써 걱정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후다.
둘로 쪼개진 지지자들 중 어느 한쪽은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세게 저항할 수 있다. 극도의 혼란을 막으려면 여야 지도부부터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르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만약 선고 후에도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저항을 유도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자칫 국가적 대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음을 여야 정치인들은 자각하고 행동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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