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진흥왕(540∼578) 시대에도 호적을 작성해 지방과 백성을 관리했음을 뒷받침하는 색인용 목간(木簡)이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출토유물에서 확인됐다.
이는 일본보다 100년 가량 앞선 것으로,신라가 일반적인 통념을 훨씬 뛰어넘는 이른 시기에 중앙 국가권력이 지방 곳곳에 깊숙이 침투했음을 잘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선태)는 함안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목제 유물류 가운데 목간 112점에 대해 적외선 촬영을 실시한 결과 그 중 93점에서 묵서(墨書) 약 400자를 확인했다고 24일 발표했다.이들 묵서 중 300여 자는 판독이 가능하며 나머지 95자는 판독이 어렵거나 학자간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목간이 제작된 시기에 대해 묵서에서 확인되는 신라의 벼슬 이름이나 지명 표기 등을 볼 때 6세기 중후반 무렵 혹은 그 이전에 작성된 신라시대 목간이라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특히 목간류 중에는 두루마리 문서에 꽂는 목편으로 오늘날의 ‘색인용’ 혹은 ‘책갈피’와 같은 용도로 사용된 목간이 확인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목간은 한국보다 목간학 연구가 활발한 일본에서는 ‘다이센지쿠(題籤軸)’라고 불리는 것으로, 모양은 마치 농기구 중 하나인 넉가래나 삽처럼 생겨 긴 자루에다가 네모난 머리가 일체를 이루고 있다.
‘다이센지쿠’ 목간은 지방관아에서 사용하던 문서류의 일종으로, 둥글게 말아 풀어지지 않도록 끈을 동여맨 종이나 비단류 문서에 꽂아 사용했다.
100여 점 이상이 출토된 함안 성산산성 목간류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3점에 달하는 ‘다이센지쿠’ 목간이 확인됐으나 이 중 묵서가 확인되는 것은 1점이다. 여기에는 ‘利豆村(리두촌)’이라는 마을 이름으로 생각되는 세 글자가 판독되었다.
판독 결과 지명으로는 기존에 확인된 級伐城(급벌성)·甘文城(감문성)·陳城(진성)·仇利伐(구리벌) 외에 古陀(고타·오늘날의 ‘안동’으로 추정)·鄒文(추문)·巴珍兮城(파진혜성)·巴珍兮村(파진혜촌)·阿卜智村(아복지촌)·陽村(양촌) 등 17개가 추가로 밝혀졌다.
또 인명으로는 기존 波婁(파루)·居利支(거리지)·伊竹伊(이죽이)·巴兮支(파혜지)·仇仍支(구잉지) 외에 阿那休智(아나휴지)·阿那舌只(아나설지)·內恩支(내은지)·居助支(거조지)·仇禮支(구례지) 등 23명이 새롭게 확인됐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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