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독립운동기념탑 세우는 데 76년...인내의 눈물 거둔 울산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3.01 08:00

수정 2021.03.01 08:00

울산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식
"왜 그토록 오랜시간이 걸렸나?"
울산은 일제의 대표적인 수탈지역
지리적으로 인접 전쟁과 산업의 거점돼
친일잔재와 왜곡된 역사 인식이 문제
지난 2월 26일 울산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울산 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식이 열렸다. 한자 人(사람 인)을 형상화했다는 이 탑은 30m 높이의 주탑을 중심으로 탑 둘레에는 독립유공자 102인의 이름을 새겼다. 울산에 첫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세워지기까지 해방 이후 76년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잔재와 왜곡된 역사 인식을 원인이다. /사진=울산시 제공
지난 2월 26일 울산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울산 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식이 열렸다. 한자 人(사람 인)을 형상화했다는 이 탑은 30m 높이의 주탑을 중심으로 탑 둘레에는 독립유공자 102인의 이름을 새겼다. 울산에 첫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세워지기까지 해방 이후 76년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청산되지 않은 친일잔재와 왜곡된 역사 인식을 원인이다.
/사진=울산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1945년 8.15 해방 이후 76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려 이제서야 울산에 첫 독립운동 기념탑이 세워졌습니다. 울산사람로서 이 나라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애쓰신 애국선열들에게 겨우 고개를 들 수 있게 됐습니다.”
울산에 처음으로 항일독립운동 기념탑이 세워졌다. 떨리는 목소리로 만세삼창을 한 뒤 제막식에 참석한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들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지난 2월 26일 울산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울산 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식이 열렸다. 한자 人(사람 인)을 형상화했다는 이 탑은 30m 높이의 주탑을 중심으로 탑 둘레에는 독립유공자 102인의 이름을 새겼다. 또 항일독립운동의 모습을 표현한 부조작품과 참배 광장을 갖추었다.

지난 2020년 7월 21일 기공식을 가진 뒤 약 5개월 만에 탑이 완공됐으나 건립사업에는 지난 2018년 말부터 시작돼 준공까지 2년가량이 소요됐다.

울산은 매년 열리는 3.1운동 기념식과 참배 행사조차 진행할 마땅한 상징적인 장소가 없었다. 3.1운동 제102주년이 된 올해 삼일절부터는 이곳에서 가능해졌다.

전국 곳곳에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있지만 울산에서는 첫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세워지기까지 왜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울산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식이 2월 26일 울산시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열렸다. 준공식에는 송철호 울산시장, 박병석 울산시의회 의장, 이경림 광복회장, 보훈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울산시 제공
울산항일독립운동기념탑 준공식이 2월 26일 울산시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열렸다. 준공식에는 송철호 울산시장, 박병석 울산시의회 의장, 이경림 광복회장, 보훈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울산시 제공

■ 독립운동보다 침략행위 치장
울산은 결코 친일매국의 고장이 아니다. 오히려 울산은 일제강점기 다른 곳 못지않게 많은 수탈을 당한 곳이다. 지리적으로 일본 열도와 매우 가깝다보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삼포개항(염포),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거점이 되면서 울산 사람들은 왜구와 일인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울산은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친일 잔재와 바로잡지 못한 왜곡된 역사 인식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그러는사이 독립운동기념탑 건립을 반대하는 몰상식 행위와 침략자인 일본에 대한 온정적이고 우상화하는 역겨운 모습까지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중구와 동구의 전 구청장 중에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울산 민중들을 학살하고 울산왜성을 짓는 데 동원한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건립하는 데 앞장서고, 또 일제강점기 때에는 세계 3대 정어리 어장이었던 울산 앞바다의 수산물을 수탈한 일본인들의 마을을 방어진에 재현하는 데 앞장선 인물도 있다”며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이들은 지금도 국회의원으로서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언양 3.1만세운동 재현 행사 /사진=울산시 제공
울산 언양 3.1만세운동 재현 행사 /사진=울산시 제공

■ 다양하게 기억되는 울산의 독립운동
울산은 다행히 최근 들어 기억에서 외면됐던 지역 독립운동가들을 하나 둘 발굴하고 항일독립운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념하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항일독립운동 교육자와 학생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추모 사업을 펼쳤다. 올해도 울산 지역사 전문가 7명으로 특별팀을 구성해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의 학적을 조사할 계획이다.

울산 동구 일산진마을에 2021년 2월 16일 개관한 보성학교 전시관
울산 동구 일산진마을에 2021년 2월 16일 개관한 보성학교 전시관

울산 동구 일산진마을에서는 이 지역 항일운동 터전이었던 보성학교를 기념하는 전시관이 올해 2월 16일 문을 열었다. 보성학교는 이 고장 출신 성세빈 선생이 설립한 민족사립 학교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울산 방어진 지역의 소년운동과 청년운동, 일제 수탈에 맞선 동구 주민들의 활약상을 기리고 있다. 일왕 암살에 나섰다가 체포돼 순국한 서진문 선생과 청년동맹, 신간회 등에 참여해 울산지역 항일운동을 벌인 이효정 선생 등이 이곳에서 활동했다.

울산에서 펼쳐진 독립운동은 다양한 예술작품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울산문화예술관은 최근 뮤지컬 ‘언양장날-들풀의 노래’를 창작했다. 지난 1919년 4월 2일 언양장날에 일어난 언양 3·1만세운동이 소재다. 102주년 3.1 기념식 때 선보인다.
울산 사람들은 언양만세운동 외에도 병영만세운동, 남창만세운동 등 울산 3대 만세운동을 통해 당시 거세게 일제에 저항했다. 매년 재현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이를 기리기 위해 3편의 뮤지컬도 만들었다.
앞서 울산시는 박상진 의사와, 최현배 선생을 소재로한 뮤지컬을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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