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 전환 법적 공방
공공 목적·수익추구 논쟁
독립법인 자산가치 변수
공공 목적·수익추구 논쟁
독립법인 자산가치 변수

중국발 딥시크 충격 여파로 대형 인공지능(AI) 이슈 하나가 묻혔다. 일론 머스크와 오픈AI 간 소송전이다. 양측 간 법적 분쟁은 오픈AI가 영리법인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촉발됐다. 비영리법인 성격인 오픈AI의 지배구조를 비영리법인과 영리 공익법인(PBC)으로 나누는 게 골자다.
머스크의 공식적 불만은 간단하다.
앞으로 확 달아오를 양측 간 법적 공방의 핵심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머스크가 지적한 대로 비영리로 출범했던 오픈AI가 영리로 전환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비영리법인에는 정부의 지원금, 즉 세금이 들어간다. 또 공익적 활동이라는 점을 믿고 민간의 기부금도 들어간다. 이런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면, 이전 기부에 대한 기만이라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머스크의 논리가 일면 타당해 보이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비영리법인이 영리로 전환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영리법인은 흔히 정부의 지원이나 민간 기부가 줄어 고전한다. 이에 재정자립을 위해 영리사업을 병행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학과 병원이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을 펼치는 게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기존 비영리법인이 그 아래에 영리 사업부나 영리 자회사를 두는 식으로 직접 통제와 관리를 해오는 영리 추구 모델이 많다.
반면 오픈AI의 영리 전환 방식은 기존과 다르다. 오픈AI는 비영리법인과 별도로 영리 공익법인(PBC)을 설립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비영리법인은 PBC의 지분 일부를 갖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PBC는 독자적 경영관리를 수행하는 동시에 공익을 추구하는 판단도 할 수 있다. 오픈AI 사건을 통해 비영리법인과 공익법인의 확실한 분리가 본래 공공성을 추구한다던 설립 취지와 맞는지를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PBC가 과연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공익을 지켜낼 내부 통제장치를 제대로 갖췄느냐도 논쟁거리다.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둘러싼 또 하나의 대형 이슈는 비영리법인의 자산가치 산정이다. 오픈AI에서 영리법인을 떼어내기에 앞서 비영리법인의 자산가치를 얼마로 평가할 것이냐다. 당초 오픈AI는 비영리 부문에 40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 25%의 지분을 넘기려 했다. 그런데 머스크가 불쑥 974억달러 인수를 제안하면서 오픈AI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머스크 제안대로라면 비영리 부문의 자산가치는 2.5배로 뛴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비영리 부문이 갖게 될 공익법인 지분은 25%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비영리 부문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새로 설립될 영리법인의 주주 지분은 자연히 줄어든다. 주주 이익을 보장하려는 영리기업의 전환 목표가 희석되는 것이다. 특히 비영리 부문의 지분이 높을수록 영리법인에 대한 경영간섭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국 영리기업 전환을 시도하는 오픈AI 입장에선 좋을 게 없는 시나리오다.
머스크와 오픈AI의 법적 분쟁은 표면적으론 비영리법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공방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미래 AI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하려는 경쟁사를 견제하려는 생존게임의 성격이 짙다. AI 거대공룡들이 사즉생 각오로 더 많은 투자금을 빨아들여 몸집을 키운 뒤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려는 전쟁이다. 소송의 결과에 따라 AI 산업의 수직관계가 고착화될 수 있다. AI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한국 기업들이 오픈AI 소송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조창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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