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 지수,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4~6%씩 추락...2020년 이후 최악 낙폭
해외 공급망 의존하는 기업 주가 급락, 애플 등 빅테크도 피해
유럽과 아시아 등 상호관세 표적으로 지목된 증시도 동반 하락
침체 우려에 유가 및 달러 가치도 내려...최근 올랐던 금값은 '잠잠'
해외 공급망 의존하는 기업 주가 급락, 애플 등 빅테크도 피해
유럽과 아시아 등 상호관세 표적으로 지목된 증시도 동반 하락
침체 우려에 유가 및 달러 가치도 내려...최근 올랐던 금값은 '잠잠'

[파이낸셜뉴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방위 관세 전쟁 여파로 일제히 출렁였다. 특히 미국 증시는 약 5년 만에 최악의 폭락장을 기록했으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 또한 가라앉았다.
5년 만에 폭락...해외 생산 기업 낭패
3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 보다 각각 3.98%, 4.84%, 5.97%씩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다우와 S&P500지수의 일일 낙폭은 2020년 6월 이후 가장 컸으며 나스닥지수 또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이날 6.59%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2% 하락했다.이번 폭락장은 전날 공개된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원인이었다. 1월 취임 이후 미국을 갈취하는 무역 파트너에게 관세를 걷어 미국 내 세금을 깎겠다고 주장한 트럼프는 2일 발표에서 오는 5일과 9일에 걸쳐 상호관세를 걷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185개 국가 및 지역에서 미국 제품을 차별한다며 10~50%의 관세를 추가해 불공정 무역을 상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일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시 폭락에 대해 "그것은 예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별로 보면 미국 밖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기업들이 주로 위기에 처했다. 나이키 주가는 14.44% 급락했고, 할인상품 유통체인 파이브빌로는 낙폭이 27.81%에 달했다. 갭(Gap) 등 의류 브랜드의 주가도 20.29% 가까이 추락했다.
주로 중국과 대만에서 제품을 만드는 애플의 주가는 9.25% 떨어졌고, 엔비디아 주가 역시 7.81%의 큰 낙폭을 보였다. 현지 매체들은 애플이 상호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경우 아이폰 가격이 지금보다 30~40% 더 오른다고 예측했다.

해외 증시도 타격, 달러·석유 가치도 추락
미국 증시의 혼란은 해외로 전염됐다. 3일 범유럽 대형주 지수인 STOXX50지수는 전장보다 3.57% 떨어졌다. 독일 DAX40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 역시 각각 3.08%, 3.31%씩 내려갔다. 트럼프는 2일 발표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속한 유럽연합(EU) 수입품에 20%의 상호관세를 예고했다. 같은날 영국 FTSE100 지수는 1.55%, 스위스 SMI 지수도 2.34% 하락했다. 영국과 스위스는 EU 소속이 아니지만 각각 10%, 32%의 상호관세를 감당해야 한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종합지수는 2.77% 내려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3만5000선이 무너졌다. 46%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부담하는 베트남의 VN지수는 6.68% 급락해 2001년 9월 이후 일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같은날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24%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1.52% 하락 마감했다. 대만 증시는 3일 청명절로 휴장했다.
관세 전쟁에 따른 불안은 다른 자산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6개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날 1.6% 하락했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의 프란치스코 페솔 통화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미국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면서 "이는 트럼프 2기 집권 100일에 대한 불신임 투표다"라고 지적했다.
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6.95달러로 전장보다 6.64% 떨어졌다. FT는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로 석유 수요가 줄어든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2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포함해 총 23개국이 참여하는 산유국 협의체 OPEC+의 8대 주요 산유국은 3일 발표에서 다음달 부터 일평균 41만1000배럴의 석유를 증산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시대의 혼란기에 꾸준히 최고가를 갈아치웠던 금 가격은 잠잠했다. 3일 미국 시장의 금 현물 가격은 온스(31.1g)당 3108.3달러로 전장 대비 0.5%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했으나 상호관세 발표 이전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지 매체들은 최근 금값이 계속 오르면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일부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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